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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23일 화요일

혁명과 문학의 경계에 선 아나키스트 바진



혁명과 문학의 경계에 선 아나키스트 바진
박난영 지음
한울아카데미 / 2006-01-25 발행 / 변형신국판 / 양장 / 496면 / 17,000원
ISBN 89-460-3455-6 93820
분야 : 문학연구·언어학중국연구
현대 중국의 대표적 작가 바진의 작품과 사상

이 책은 20세기 중국의 대표적 지성으로 손꼽히는 바진의 문학과 사상에 관한 연구서다.
현대중국의 대표적 작가로 손꼽히는 바진이 중국 내에서 상이한 평가를 받고 있는 내면에는 두 가지 모순적인 측면이 맞물려 있다.

탁월한 작가로서 바진을 긍정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측면과 중국의 공식적 문예관이라 할 수 있는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및 이의 중국적 변용인 연안문예강화에 기반하여 볼 때 바진이 평생 유지해온 신념으로서의 아나키즘에 대해서는 비판적으로 평가해야만 하는 중국 연구가들이 지니는 당위적 측면의 갈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진의 문학 세계를 보다 객관적으로 규명하기 위해서는 체제의 당위성으로부터 자유로운 눈이 먼저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바진에 대한 다양한 평가의 기준은 무엇이고, 그러한 평가가 가능했던 근거는 무엇인가. 마르크스주의의 관점을 통해서 본 아나키즘이 아니라, 바진의 문학을 통해서 본 아나키즘은 무엇인가. 바진의 대표적 작품과 아나키즘의 상호 관계는 어떠한가. 이러한 의문들을 규명해 내기 위한 작업이 본서의 주요 내용을 이루고 있다.

1904년에서 2005년까지 봉건왕조에서 민주주의 국가로 또 사회주의 국가로의 역사적 변혁기에 신념과 문학을 무기 삼아 역사적 격랑을 헤쳐온 바진은 20세기 중국의 대표적 지성으로 손꼽힌다.

제국주의의 야만적 침략을 변호하는 약육강식의 사회 다윈주의에 대해 불만을 느꼈던 당대 지식인들과 마찬가지로 바진은 인류발전의 기본 원리는 상호부조(相互扶助)라는 아나키즘의 이상에 경도된다. 15세에 크로포트킨의 「청년에게 고함」이란 글을 읽고 모든 인간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아가는 사회를 건립하는 것을 평생의 꿈으로 삼게 된 바진은 혁명을 위해 자신을 헌신하고자 했으나 그는 혁명가라기보다는 문인이었다.

자전적 소설이자 대표작이라 불리는 『가』의 발표로 작가의 명성을 얻은 뒤에도 바진은 작가로서가 아니라 아나키스트 혁명가로 헌신하는 자신을 꿈꾸었다.
“사람들은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에게는 예술보다 더 영원한 것이 있다.

그것은 곧 신념이다. 이를 위해서라면 나는 예술을 기꺼이 버릴 수 있다.”라고 했듯이 바진의 삶은 자유, 평등, 박애의 정신에 의해 모든 사람들이 보다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의 건설을 위한 끊임없는 추구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현실에서의 좌절을 문학으로 승화시키는 과정을 통해 20세기 중국 지식인의 신념과 고뇌를 보여주는 바진의 삶과 문학은 개인의 자유로운 삶과 정의로운 사회를 꿈꾸는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의 시사점을던져줄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아울러 중국현대문학 전공자 외에 일반 독자들도 한국과 중국 아나키스트들의 교류를 다룬 부분, 바진의 항전삼부작에 등장하는 한국인 아나키스트들의 삶의 모습을 통해 1930, 40년대 중국에서 항일활동을 한 우리 혁명가들의 삶의 편린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제1부 바진과 문학
제1장 바진의 문학 생애
제2장 문예관

제2부 바진의 아나키즘
1. 중국의 아나키즘 운동
2. 1920년대 바진의 아나키즘
3. 1930년대 바진의 아나키즘
4. 중일전쟁기 바진의 아나키즘

제3부 작품론: 바진의 3부작에 반영된 아나키즘
1. ‘혁명 3부작’과 ‘애정 3부작’에 반영된 아나키즘
2. 개성 해방의 추구: ‘격류 3부작’을 중심으로
3. 전쟁과 인간: ‘항전 3부작’을 중심으로

제4부 바진과 한국인
1. 1920년대 바진과 신채호의 아나키즘 비교
2. 항전 3부작 "불"과 한국인
3. 바진과 한국인 아나키스트


오늘의 초점인물 : <家>의 작가 바진 (巴金)
 중국정치연구실 | 2005·05·06 11:16 | HIT : 2,223 | VOTE : 456 |
  
 
 중국 현대문학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거인이며, ‘살아 있는 전설’인 바진 (巴金) 만큼 자신의 문학과 삶에 충실했던 작가를 찾기도 힘들다. 문학과 삶에 대한 巴金의 진지한 자세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무엇보다도 그가 쓰러지는 순간까지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고, 온갖 시련과 굴종에도 불구하고 순수 문학관을 고수하였다는 것이다.

-지난 2003년 11월 25일을 전후로 중국 내외에서는 바진 (巴金)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여러 가지 행사가 진행되었다.  李長春 정치국 상무위원은 후진타오 총서기와 당 중앙을 대표해서 바진이 입원 중인 상해 璜의원을 방문, 중국 문인에게 부여하는 최고 영예인 '인민작가'의 칭호를 전달하는 의식을 가지기도 하였다. 이를 계기로 중국 내외에서 바진의 생애와 작품세계에 대한 특집 보도가 줄을 이었고, 우리나라 언론도 간략하게나마 바진을 소개하는 글을 발표하였다. 
-사실 바진은 우리에게 그다지 낮 선 작가는 아니었다. 바진의 작품이 많이 소개된 것은 아니지만,  바진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장편소설 <家>가 번역 소개되었고,  또 그 소설의 주제도 우리에게 대단히 친숙한 것이란 점에서 바진은 우리에게 익숙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바진의 대표적인 <家>는  우리에게 이광수의 <흙>이나 <무정>을 연상시키기도 하였다. 
-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바진은 루신 (魯迅) 등과 더불어 중국의 현대문학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몇 안 되는 문학계의 거인이며, '살아 있는 전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루신 만큼 존경을 받고 추앙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중국 공산당의 관점에서는 존경은 커녕 오히려 경계와 의혹의 대상이 되고, 때로는 혹독한 비판의 대상이 되었지만, 바진 만큼 자신의 문학과 삶에 충실했던 작가를 찾기도 힘들다. 문학과 삶에 대한 바진의 진지한 자세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무엇보다도 그가 쓰러지는 순간까지 나름대로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며, 동시에 온갖 시련과 굴종에도 불구하고 그의 처녀작인 <滅亡>에서부터 시작된  그의 순수 문학관을 고수하였다는 것이다.
- 바진의 작품세계는 아래에서 간단히 소개하겠지만, 분량 면에서도 방대하고 복잡한 내용과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의 처녀작인 <滅亡 (1929)>에서부터 시작하여 그의 출세작인 장편 소설 <家>를 비롯하여 <春 (38)>과 <秋 (40)>로 이어지는 이른바 격류 3부작 등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그의 문학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 1930년대 중국의 현대 문학계에는 우리 나라에서도 그러했듯이 이른바 프로 문학을 주장하는 좌익과 예술 문학을 주장하는 우익의 치열한 이데올로기적 논쟁에 휩쓸리게 되는데, 바진은 어느 쪽에도 가담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문학에 충실하려고 하였다는 점에서 다른 작가들과 달랐다. 유명한 루신 (魯迅)이 문학을 통한 혁명과 사회적 진보를 주장하는 상황에서도 바진은 문학을 정치와 사상 투쟁의 도구로서 삼는 것을 거부하였고, 문학을 순수한 자아 발양을 위한 분출구로 삼으려고 하였으며,  시종일관 문학을 통해 약간은 허무주의적 색조를 띤 인도주의와 자유주의적 사상성을  견지하려고 하였다.
- 바로 이런 바진의 문학적 성향과 배경 때문에 종종 '무정부주의적 작가'라는 오해와 비판을 받기도 하였고, 문화대혁명시기에는  '부르조아적' 또는 '봉건주의적' 성향의 작가라는 혹독한 비판과 박해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바진의 진면목은 이념과 시류를 뛰어넘어 인간에 대한 그의 진실된 사랑과 믿음을 잃지 않고 견지하려고 했다는 점에 있으며,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오늘날 바진이 재평가되고 있다고 하겠다.
(1) 바진은 누구인가:
- 바진에 대한 간단한 약력 소개는 필자의 홈페이지 중국인물정보란-지식인편 (중국인물정보-지식인 Ba Jinl)에서도 찾아 볼 수 있는데, 그것을 여기에 전재하면 아래와 같다.
Ba Jin: 巴金 (1904- ): 2003년 11월 25일로 탄생 100주년을 맞아 '인민작가'로 추대된 현대중국 문학의 대표적 소설가 ; 중국 작가협회 주석이며 전국 정협 부주석; 무당파그러나 아나키스트 경향성 때문에 비판; 본명 李堯棠; 四川省 출신; 1921년 成都외국어전문학교 수료, 27년 불란서 유학, 귀국 후 상해를 거점으로 창작활동; 처녀작 〈滅亡〉(1929)으로 주목을 받고, <霧 (31년) - 雨 (33년) -電 (35년)>의 애정 3부작, 그리고 장편 소설 <家 (33년)>를 비롯하여 <春 (38)>과 <秋 (40)>로 이어지는 격류 3부작을 발표해 유명 작가로 확립, 건국 후 중국작가협회 부주석, 상해 문학 편집장 등을 역임하면서 한국전쟁 종군, 동구 및 일본 여행등을 했지만, 문화대혁명 당시 작가활동 중단되었다 76년에 복권, 78년부터 <수상록> 150편을 집필하면서 모택동 시대의 자신의 문학과 생활을 반성;  83년 이후 현재 중국작가협회 주석, 전국 정협 부주석 역임; 14권의 〈巴金 文集〉과 26권의 〈巴金 全集〉이 출간

(2) 바진의 생애와 작품세계 대한 인터넷 자료
- 인민일보 특집
 巴金百歲華誕
(http://www.people.com.cn/GB/wenhua/22226/30600/30604/index.html)

(3) 바진의 작품세계
-1928년 바진 (巴金)이란 필명을 사용하기 시작, 공개적으로 작품을 출판한 이후 약 70여년 동안 바진이 남긴 작품은 약 1500여만자에 달한다고 한다. 대표적인 작품을 중심으로 종류별로 분류하면 아래와 같다.

-巴金主要譯著略覽  (http://news.xinhuanet.com/ziliao/2003-11/12/content_1174002.htm)
長篇小說:《家》(1933年),《春》(1938年) 《秋》(1940年),                               《寒夜》(1947年)等;
                     
中篇小說:《滅亡》(1929年),《霧》(1931年),<雨》(1933),   
《萌芽》(1933年),《電》(1934年)等;
                     
短篇小說集:《復仇集》(1931年),《 落集》(1936年),《發的故事》(1936年),《小人小事》(1945年),《明珠與玉姬》(1957年)等;
散文集:《生之懺悔》(1936年),《廢園外》(1942年),《贊歌集》(1960年),《 火集》(1979年)等;
雜文集:《隨想錄》第一集,(1979年),《探索集》(1981年),《眞話集》(1982年),《病中集》(1984年),《無題集》(1986年),《再思集》(1995年).
譯著:克魯泡特金著《面包略取》(1927年),高爾基《草原故事》(1935年),普希金《叛逆者之歌》(1938年),德國斯托洛《遲開的薔薇》(1942年),俄國奈米洛夫《哭》(1948年),俄國屠格涅夫《蒲林和巴布林》(1949年),高爾基《回憶托爾斯泰》(1950年),高爾基《回憶屠格涅夫》(1950年),高爾基《回憶契訶夫》(1951年),高爾基 《回憶布羅克》(1952年),與夫人合譯《屠格涅夫短篇小說集》(1959年).

(4) 바진은 무정부주의자인가
- 巴金 이외에도 여러 가지 필명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를테면 巴比, 比金, 王文慧, 余一, 余三, 余五, 余七, 毆陽鏡蓉 등 20여개의 필명이 있지만, 대중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필명이 바진이고,  1928년 이후 주요 저작물들은 대부분 바진이란 필명으로 발표되었다.
-그런데 바진(巴金) 이란 필명 때문에 더욱 그가 무정부주의 작가라는 오해를 받았고, 그렇게 평가되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인은 부인하고 있지만, 바진이란 필명의 유래에 대한 소문, 즉 바진의 바 (巴)는 유명한 무정부주의자 바쿠닌( 巴枯寧)의 <바>에서 따온 것이고, 또한 진 (金)은 역시 유명한 러시아 무정부주의자  크로포토킨 (克魯泡特金)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는 속설 때문에 바진을 무정부주의의 영향을 많이 받은 작가로 오해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이런 속설을 부인하였다. 1979년에 바진은 프랑스 여행을 하면서 자신의 필명 바진이 바쿠닌이나 크로포토킨에서 유래된 것이 아니라, 1927년경 프랑스 유학시절에 알게 된 동료 유학생  '巴恩波'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고,  '金'자는 그저 우연히 생각한 것이라고 해명하였다.
- 그러나 이런 그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그의 초기 작품이 특히 무정부주의적 성향을 띠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를테면 1920년대 그는 크로포트킨의 저작물을 중국에 번역 소개하기도 하였고, 무정부주의적 성향의 논설들을 여럿 발표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 1929년에 발표된 그의 처녀작 <滅亡>의 주인공인 杜大心의 행적도 당대의 무정부주의적 성향의 지식인을 연상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진심으로 사랑했던 여인과 사랑을 이루지 못한 杜大心은 결국 증오와 미움, 죽음과 허무로 치달아 무정부주의적 테러와 개인적 영웅주의에 매몰되고 있기 때문에 당시의 좌파 지식인들은 杜大心=巴金의 '소자산계급의 관렴적 이상주의'를 비판하였다. 다시 말해  작품의 주인공 杜大心은 "소자산계급의 사랑과 정의감의 소유자였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낡은 사회의 죄악에 분노하고 반항하고 있지만,  그에게 계급투쟁은 없으며, 오직 심성에서 우러나오는 사랑과 미음의 갈등만이 크게 작용할 뿐이며.... 혁명의 목적이나 가치를 소홀히 하고.....실질적 투쟁의 방법을 외면한 관렴적 이상주의자"라는 것이다.

(5) 바진의 대표작 <家>를 통해 본 그의 작품 세계
-1929년 바진은 처녀작 <멸망>을 발표한 이후  <사라진 태양 (死去的太陽): 1930>과 멸망의 속편이라고 할 수 있는 < 新生: 1933>을 발표하였고, 1933년에는 이른바 [愛情 三部曲]이라고 알려진  <안개(霧 :1931)> <비(雨: 1932)> <번개(電:1933)>를 완결하였으며, 또한 1931년부터 써 왔던 <家>를 마침내 탈고하여 그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 알려진 <春> (1930), <秋> (1940)의 삼부작을 激流三部曲이라 하였다.
- 여기서 바진은 일관되게 사회의 진보와 인간성의 발전을 가로막는 모든 인위적 제도, 인간의 사랑을 파괴하는 모든 구시대적 가치에 대한 저항하면서도 좌절하고 방황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바진의 대표작 <家>에서도 역시 구시대적 인습에 얽매인 봉건적 가정과 무능하고 부패한 지주나 관료 등의 권위주의에 의해 짓밟히고 억눌리어 마침내 희생되고 죽어 가는 젊은이들을 묘사하면서 낡은 제도에 대한 항거를 하고 있었다.  
-四川省 成都에 사는 까오 (高) 가족의 역동과 고뇌를 그린 장편 소설 <家>는 바진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서 바진은 쥐에신 (覺新), 쥐에민 (覺民), 쥐에후에이 (覺慧) 형제들과 그들의 고종사촌누이 친 (琴) 등을 통해 봉건적 가정에서 어떻게 젊은이들이 좌절하고 방황하고 있는가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현실에 불만을 가지면서도 반항할 힘이 없고, 우유부단한 쥐에신 (覺新)은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판단하여 결정하지 못하고 모든 문제를 절충주의로 해결하려고 하다, 결국 봉건주의 중압 밑에서 희생되고, 쥐에민 (覺民)은 봉건주의에 분연히 반항하면서도 그런 대로 절제심을 발휘하고, 성격도 냉정하여 살아 남지만, 쥐에후에이 (覺慧)는 진취적이면서도 절대로 타협하지 않고, 끝내 집을 나가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대도시도 떠나가는 쪽을 선택한다. 여기서 작가는 覺慧를 사랑하고 覺民에 동정하지만 覺新을 비판적으로 본다는 입장을 숨기지 않는다. 결국, 바진은 쥐에후에이 (覺慧)와 같이 봉건적  인습과 속박을 벗어 던지고 미래를 향해 떠날 것을 권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광수의 <흙>이나 <무정>의 개몽주의와 이상주의를 연상시킨다고 하겠다. 
http://www.suh-china.com/bbs/zboard.php?id=issue&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7

<밤> 공산당 혁명과 가부장 -딩링(丁玲, 1904~1986)

<밤> 공산당 혁명과 가부장

글에 관한 글 2013/02/28 10:58











<밤(夜)>은 중국의 여류 소설가인 딩링(丁玲, 1904~1986)의 작품이다. 수많은 중국 현대문학 작가들 사이에서 특히나 인물의 내면 심리를 훌륭하게 묘사하는 작가로 손꼽히는 그녀는, 1948년에 쓴 대표작 <태양이 상깐허를 비추고(太陽照在桑干河上)>로 중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스탈린상을 거머쥐기도했다. 딩링은 1932년 공산당에 가입해 활발하게 활동했고, 한때 국민당에 의해 3년여 간 수감되기도 하였다. 중국 당대 사회현실에 대한 열렬한 관심은 작품에서도 잘 드러난다. <태양이 상깐허를 비추고>는 중국 토지개혁운동을 소재로 한 작품이며, <밤> 역시 1940년대 중국 혁명 당시의 해방구를 배경으로 어느 공산당원의 이야기를 다룬다.

약 10페이지 분량의 짧은 소설 <밤>의 내용을 간추리자면 대략 이렇다. 주인공 허화밍(何華明)은 어느 작은 시골 공산당 마을에서 공산당 간부 일을 맡고 있는 남자다. 허화밍은 공산당 혁명 사업과 그에 관련된 회의 때문에 농사일은커녕 집에 매일 귀가하지도 못하는 처지인데, 집에 기르는 소가 새끼를 낳아야 해서 사나흘 만에 집으로 돌아가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밤>은 바로 그 하룻밤동안에 벌어지는 주인공 허화밍의 의식 흐름에 초점을 맞춘 소설이다.

이 소설은 정확히 1940년대의 어느 농촌 해방구를 배경으로 한다. 중국 공산당의 혁명이 활발하게 전개되었던 시기다. 해방구란 당시 중국의 공산당이 점령하고 있던 마을을 말한다. 소설 속 마을은 아주 작은 시골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주민이 공산당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무 가구 중에 무려 스물여덟명이 공산당원이다. 주인공 허화밍 역시 공산당의 혁명 운동에 가담하여 공산당 간부라는 중요한 직책으로 오르게 되었다. 한낱 보잘것없는 농사꾼이었던 그가 소위 잘나가는 사람이 되어있는 것이다. 그러나 허화밍은 공산당의 일원으로서는 외적으로는 개화된 듯한 행동을 보이지만, 내적으로는 정작 여자를 그저 물건처럼 취급하는 봉건적인 사고를 뿌리 뽑지 못하고 아내에게 막대한다는 점이 문제다. 그는 사회적으로 중요하고 선진적인 역할을 맡고 있을진대 실상은 꼭 그렇지도 않은 것이다. <밤>은 주인공 허화밍을 공산당 간부로서의 잘나가는 모습보다는 가장 그리고 남편으로서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작품 속에서는 허화밍의 낡은 의식이 다음과 같이 명확히 드러난다.


대문에 서서 앞산에 활짝 핀 복숭아꽃을 보고 있는 칭쯔는 성장이 아주 빨랐다. 분홍 끝으로 묶은 긴 까만 댕기머리를 한 채 까만 조끼 양쪽으로 꽃무늬 소매의 팔을 들고서 대문 문설주에 괴고 있었다. 열여섯 살 아가씨가 이렇게 키가 큰데 법정 혼인연령이 무슨 필요가 있나. 얼른 시집을 보낼 일이지.


속으로 생각했다. ‘이 늙은 괴물은 정말 ’물적 토대‘ 구실을 못해. 소도 새끼를 낳는데 저 여자는 뭐야. 완전히 알도 못 낳는 암탉이야.’


허화밍은 집으로 가는 길에 마을 지주의 딸 칭쯔라는 여자 아이를 보며, 몸이 어른 만큼 성장했으니 아버지가 알아서 딸을 시집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딸을 빨리 시집보내지 않고 두는 아버지를 욕한다. 정작 딸이 지금 결혼을 하고 싶은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고, 자녀의 결혼은 아버지가 알아서 결정할 일이라는 매우 가부장적이며 권위적인 사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허화밍은 자신보다 열 살이 많은 아내(그는 스무 살 때 서른 두 살의 아내 집에 데릴사위로 들어갔다)를 속으로 ‘늙은 괴물’, ‘물적 토대 구실을 못 한다’, ‘역겹다’ 와 같은 과한 표현을 할 정도로 무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과거에 자녀가 있었으나 모두 죽고 난 지금, 그와 아내는 다시 아이가 생기기를 바라지만 아내가 아이를 더 이상 낳을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아내는 늙어버린 자신의 모습과 더불어 남편을 만족시켜주지 못한다는 사실에 마음아파 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권의식이 강한 허화밍은 그러한 아내를 그저 고장 나서 못 쓰는 기계마냥 취급한다. 

한편, 소설 속 허화밍의 의식과 행동을 잘 살펴보면 평범한 농민이자 가장으로서의 모습과 능력 있는 공산당원으로서의 모습 사이에서 갈등하는 부분도 보인다. 그가 아끼는 회색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저녁밥을 기다리는 모습은 딱딱하고 보수적인 가장의 모습과는 대조된다. 그리고 그는 외양간에서 옆집 청년회 주임의 아내이자 공산당 간부인 허우꾸이잉이라는 여자를 만나는데, 둘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흐르지만 그는 유혹을 뿌리치고 그녀를 뒤로한 채 과감히 집으로 돌아가 버린다. 허화밍은 공산당원으로서 비판받을 것을 우려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진정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가정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를 거부했던 것이다. "우리는 비판받게 될 거야" 라는 그의 대사는 그저 핑계일지도 모르겠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허화밍은 잠자리에 누워 내일이면 또 해야 할 혁명사업 회의를 생각하느라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는 잠이 든 아내의 눈물 한 방울과 자신 곁에서 코를 고는 고양이의 모습을 보며 집안의 편안함과 따뜻함을 느끼고, 서서히 잠이 든다. 남들이 깨어날 새벽 시간이 되어서야 말이다. 그는 정작 집안일을 하러 집에 왔으면서도 온통 혁명사업 생각만 하다가 하루를 보내버리고 말았다.


“소도 돌봐야 할 텐데......” 하지만 그는 소를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잠을 자야 했다. 그는 눈을 감았다. 잠을 이루려고 애를 썼지만 회의장이나 군중들만 어른거리고, “선전사업이 부족합니다. '농촌이 낙후되어있어요. 부녀 사업은 빵점입니다......” 같은 말만 들렸다. 그런 것들이 생각나자 마음이 다급해졌다. 어떻게 해야 농촌을 잘 만들 수 있을까? 이곳에는 혁명사업을 하는 사람이 없다. 그는 어떤가? 그는 아무것도 몰랐다. 공부를 한 적도 없다. 글자도 모른다. 아들조차도 없다. 하지만 지금 그는 향 지도위원이고, 내일 회의가 지닌 의의에 보고를 해야 했다......


<밤>에서 허화밍이라는 남성은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출세했고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인물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는 남권의식에 찌든 가장의 모습을 보이고, 또 어떻게 보면 이러한 상황 속에서 혼란을 느끼는 모습도 보인다. 이러한 그의 다중적인 모습들 중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부분은 소설의 마지막에서처럼, 한 작은 가정을 꾸린 농민이었던 그가 갑자기 공산당의 간부로 일하게 되면서 느끼게 되는 혼란스러움일 것이다. 이렇듯 <밤>이라는 제목은 허화밍이 농민이 아닌 공산당 간부로서의 삶에 혼란을 느끼는 모습을 뜻한다고도 할 수 있다. 실제로 공산당 혁명이 번졌던 당시 많은 농민들이 발 벗고 혁명에 가담했다. 소설 내용에도 나와있듯 당시 농민들은 배운 것이 많았던 것도 아니고 심지어 글자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공산당 혁명에 가담하게 되었다. 아마 당시 혁명에 가담했던 농민들의 대다수가 허화밍과 같은 처지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들은 너도나도 혁명에 앞장서서 선진적인 사람으로 거듭나려하면서도, 보잘것없는 농민으로서의 자기 본래의 모습과 괴리감을 느껴 밤잠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한편, 지극히 봉건적인 의식을 버리지 못한 허화밍이 외부에서 성공하는 공산당 간부의 모습으로 변모할수록 허화밍 아내의 심적 고통은 더욱 심해진다. 이 부부는 마치 가정 파괴 직전까지 내몰린 것처럼 보인다. 허화밍은 혁명가로서의 의식과 농민으로서의 의식 사이에 갈등하고 혼란을 느끼면서도 아내에게는 결국 예전처럼 대하지 못한다. 혁명이라는 것이 허화밍을 점점 그러한 이중적인 인물로 바뀌게 만들었고 결국 그렇게 새로이 탄생한 인물의 태도는 아내에게 정신적 타격을 입히고야 만 것이다.

가족사소설과 근대성 -1930년대 한 중 가족사소설 비교 연구, 최계화

가족사소설과 근대성 1930년대 한 중 가족사소설 비교 연구 

내일을 여는 지식: 어문 49

최계화 지음 | 한국학술정보 | 2010년 07월 08일 출간

책소개

『가족사소설과 근대성』은 한국과 중국의 근현대 문학작품 가운데서 1930년대의 특수한 소설형태인 가족사소설을 비교 연구한 책이다.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고, 예로부터 각종 교류가 빈번하였으며 비슷한 문화적 전통을 가지고 있는 한국과 중국의 가족사소설을 살펴보면서 한국문학이 지닌 가치를 재확인하고 이를 통해 동아시아 문학이 갖고 있는 특수성을 찾아낸다.

저자소개

저자 : 최계화

저자 최계화는
1966년 중국 길림성 연길시 출생
1988년 연변대학 조선언어문학학부 졸업
1991년 연변대학 조선언어문학학부 대학원(문학석사)
1999년까지 연변제1고등학교 조선어문 교사
2003년 전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대학원 졸업(문학박사)
2006년 청도대학교 외국어학원 한국어학과 교수

주요 논저
'가족사소설의 공간구조 연구'
'강경애 소설과 암흑'
'기대와 좌절의 역정'
'소질교육에서의 개성배양문제'
'읽기 능력과 정보선별' 등 다수

'한국어 실용문 쓰기'
'한국어 난제 해석' (공저)
'한국어 듣기 교정' (공동편찬)
'중학생 쾌속 글짓기 요령' (공동번역)
'소학생 쾌속 글짓기 요령' (공동번역)

목차

머리말

Ⅰ. 서론
1. 왜 한․중 가족사소설인가
2. 한․중 가족사소설을 어떻게 연구할 것인가
3. 근대 가족사소설 연구 어디까지 왔나

Ⅱ. 근대 가족사소설의 개념과 그 형성 배경
1. 가족, 가족주의와 가족사소설
2. 한․중 근대 가족사소설의 형성 배경

Ⅲ. 한․중 가족사소설의 서사 구현 양상
1. 인물 층위
가. 전근대적 인물군
나. 잉여인간군
다. 신세대 인물군
라. 가부장적 질서 속의 여성인물군
2. 구성 층위
가. 삼단적인 시간 구조
나. 이항 대립적인 공간구조
다. 플롯의 입체화와 일상성의 재현
3. 서술 층위
가. 3인칭 전지적 시점의 변용
나. 서술 태도와 서술 효과의 상관성

Ⅳ. 한․중 가족사소설과 근대성
1. 작가와 작품의 세계관 및 현실 대응 논리
가. 중립적 세계관과 근대적 합리주의 및 보수주의
나. 비극적 세계관과 풍자적 역설
다. 크로포트킨의 아나키즘과 개성 해방
2. 가족사소설과 격변기의 근대사회
가. 가족의 권력구조
나. 돈의 생산과 소비
다. 가족의 성 윤리

Ⅴ. 한․중 가족사소설의 비교문학사적 의의

Ⅵ. 결 론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한국과 중국의 근현대 문학작품 가운데서 1930년대의 특수한 소설형태인 가족사소설을 비교 연구한 책이다. 한‧중 두 나라는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고, 예로부터 각종 교류가 빈번하였으며 비슷한 문화적 전통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근대에 이르러 외래 제국주의의 침입과 자국 내부의 근대화 과정에 따른 변화와 모순에 직면하면서 양국의 직접적인 영향관계는 거의 단절되다시피 된다. 그런 상황에서도 1930년대에 두 나라에서는 동일한 장르인 근대 가족사소설이 나타나고 있다. 서로 연계가 단절된 상태에서 창작된 동일한 모티브의 작품과 그 서사방식에 대한 비교 연구는 양국 문학의 동질성과 변별성을 확인하고 그 공동의 법칙성을 찾아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서서히 변화되어 온 사회 문화의 총체적 모습을 고찰하는 데도 큰 가치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작업은 한국문학이 지닌 가치를 재확인하고 그 위상을 높이게 될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동아시아 문학이 갖고 있는 특수성 혹은 법칙성을 찾아내는 작업에도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가족사소설은 가족소설의 하위 장르로서 ‘한 세대를 구성하는 가족의 이야기가 아닌 그 이상의 확대된 가족의 이야기로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시대상을 구현하고 동시대의 이념이나 가치 그리고 전통을 다양하게 수용하여 역사적으로 서술하는 소설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소설은 중국의 명나라 이래의 백화소설, 한국의 가문소설을 그 토대로 하면서 서구의 소설과 일본소설의 영향을 받아 창작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현대문학에 나타난 가족사소설은 근대적인 리얼리즘소설로서 전통적인 가족소설과 구별되며 식민지 반봉건사회와 반식민지 반봉건사회의 동방나라들에서 생겨난 형태로서 서구의 그것과 일정하게 차이점을 갖고 있다. 한․중 가족사소설은 근대화 과정에 진입하는 격변기의 사회상을 반영하면서 당대의 가족사소설까지 포괄할 수 있는 장르로 확고히 자리를 굳혔다

2014년 9월 20일 토요일

파계 , 시마자키 도손

파계 

세계문학전집 25 | 양장본

시마자키 도손 지음 | 노영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03월 15일 출간

책소개

일생의 계율을 깨뜨리려는 한 청년 교사의 고뇌!

일본 자연주의 문학의 선구자 시마자키 도손의 대표작『파계』. 메이지 유신으로 신분이 철폐되었지만 여전히 차별과 편견이 존재하던 시대를 배경으로, 백정 출신의 교사 우시마쓰의 고뇌를 그리고 있다. 계율처럼 여겨왔던 '신분을 절대 밝히지 마라'는 아버지의 말씀과, 그것을 거부하고 당당히 신분을 밝히고 싶은 욕구 사이에서 번뇌하는 그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봉건적 가족제도로부터의 자아해방과 계급문제를 정면에서 다루고 있다. 신분 차별 문제라는 과감하고 참신한 소재와 그것을 다루는 방식으로 당시 평단으로부터 일본 문학의 새 장을 열었다는 찬사를 받았다.

북소믈리에 한마디!

격동의 시대 속에서 일본 자연주의 문학의 본격적인 등장을 알린 기념비적인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 작품은 세계문학의 위대한 성과들을 정선해 선보이는「세계문학전집」의 스물다섯 번째 책이다.「세계문학전집」은 총 5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학계와 문단의 전문가 8인이 엄선한 걸작들을 소개한다. 보편적인 고전은 물론 묻혀 있던 거장의 작품들도 발굴했으며, 지금의 세계문학을 주도하는 현대 고전까지 아우른다. 
저자소개

저자 : 시마자키 도손

시마자키 도손본명은 시마자키 하루키이다. 1872년 일본 나가노 현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에게서 논어, 효경 등을 배우며 자랐고, 메이지 학원에 다니던 시절에는 셰익스피어, 바이런 등 서양 고전을 탐독하며 문학에 눈을 떴다. 메이지 학원 졸업 후 메이지 여학교 고등과 영어교사로 재직했고, 이듬해 기타무라 도코쿠 등과 함께 문학잡지 '문학계'의 창간 동인으로 참가해 시와 수필을 발표했다. 1897년 첫 시집 '약채집' 으로 등단, '일엽주', '여름 풀', '낙매집' 등 총 네 권의 시집을 발표하며 메이지 시대 낭만주의 문학의 선두로 평가받았다. 이후 시 창작을 접고 나가노 현 고모로 의숙에서 6년간 교사로 근무하다가 1906년 '파계' 를 자비 출판했다. 첫 소설인 이 작품은 예상과 달리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비로소 일본 문단에도 본격적인 자연주의 소설이 등장했다는 절찬을 받는다. 이어서 '봄'(1908), '집'(1911) 등의 장편을 잇달아 발표하며, 다야마 가타이와 더불어 일본 자연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서 선구자적인 입지를 확고히 했다. 1913년 프랑스로 건너갔다가 제1차 세계대전을 만나 1916년에 귀국, '신생'(1918)과 '봄을 기다리며'(1925)를 발표한다. 말년에는 자신의 아버지를 모델로 한 역사소설 '동트기 전'(1932, 1935)를 발표했으며, 1943년 '동방의 문'을 집필하던 중 뇌출혈로 사망했다.
역자 : 노영희
도쿄 대학교 종합문화연구과 비교문학 비교문화 연구과정에서 석사와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시마자키 도손의 문학세계' 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덕여자대학교 인문과학대학장, 박물관장을 거쳐 현재 동대학 일본어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저서로는 '아버지란 무엇인가', '시마자키 도손', '명문으로 읽는 일본문학 일본문화' 등이 있고, 시마자키 도손의 '봄' 을 비롯하여 '소설의 방법', '마테오 리치', '잿빛 달', '일본기독교문학선'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목차

파계

해설 / '혈연의 아버지'에서 '이념의 아버지'로
시마자키 도손 연보

책 속으로

아버지는 또 덧붙여서, 세상에 나가 출세하려는 백정 자식의 비결―유일한 희망, 유일한 방법, 그것은 오직 자신의 신분을 감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설령 어떤 경우를 당하더라도, 어던 사람을 만나더라도 결코 백정이라고 고백하지 마라. 한때의 분노나 비애로 이 훈계를 잊으면 그때는 사회에서 버려지는 거라 생각해라” 하고 아버지는 가르쳤던 것이다.
_ 본문 16쪽

경모나 동정이나 모두, 선배에 대해 일어나는 마음속의 간절함은 자신 역시 백정이라는 처절한 사실에서 생겨나는 것이었다. 그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이상 아무리 입이 닳도록 다른 이야기를 한다 한들 자신의 진정이 선배 가슴을 울릴 리는 없다. (중략) 그래, 적어도 그 선배에게만이라도 이야기하자. 이렇게 생각하고 우시마쓰는 즐거운 재회의 날을 상상해보았다.
_ 본문 113쪽

아아, 무정한 세상에 분노하던 선배의 마음과, 세상을 따르라고 가르친 아버지의 마음, 이 두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_ 본문 166쪽 

“백정이라는 것은 그 정도로 비천한 계급이랍니다. 만일 그 백정이 이 교실에 와서 여러분에게 국어나 지리를 가르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여러분의 아버님이나 어머님은 어떻게 생각하시겠습니까? 실은 저는 그 비천한 백정의 한 사람입니다.”
_ 본문 335~336쪽 닫기

출판사 서평

“이 소설은 후세에 남겨야 할 명작이다.” _ 나쓰메 소세키
일본 자연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시마자키 도손의 대표작


『파계』는 일본 자연주의 문학의 선구자 시마자키 도손의 대표작이다. 메이지 유신으로 신분이 철폐되었음에도 여전히 차별과 편견이 존재하던 시대를 배경으로, 백정 출신의 교사 우시마쓰가 일생의 계율처럼 여겨왔던 ‘신분을 절대 밝히지 마라’는 아버지의 말씀과, 그것을 거부하고 당당히 신분을 밝히고 싶은 욕구 사이에서 끊임없이 번뇌하는 모습을 통해 천민 차별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이 작품은 소재의 참신성과 수식을 걷어낸 솔직하고 가감 없는 문체로 출간과 동시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일본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고, 비로소 일본 문단에도 본격적인 자연주의 소설이 등장했다는 극찬을 받았다.

격동의 시대 속에서 일본 자연주의 문학의 막을 연 기념비적 작품

『파계』가 발표되었을 당시 일본은 러일 전쟁의 승리와 함께 근대화 국가의 틀을 갖춰간 상태였다. 서양 문물과 사상의 유입으로 사회 전체가 겪었던 격동의 양상은 문학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19세기 말 유럽 자연주의의 영향과 그전까지 문단을 장악하던 낭만주의 문학에 대한 반동으로, 현실을 직시하고 적나라하게 묘사함과 동시에 건조하고 기교 없는 문체를 통해 리얼리즘을 강조한 자연주의 문학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1906년 출간된 『파계』는 ‘비로소 일본 문단에도 본격적인 자연주의 소설이 등장했다’는 극찬을 받았고, 문학잡지 『와세다문학』에는 ‘파계를 평한다’는 제목의 특집으로 당대 저명한 평론가 7인의 평론이 실리기도 했다. 이후 일본의 자연주의 문학은 이듬해 발표된 다야마 가타이의 『이불』과 함께 급속히 발전하여 유례없는 전성기를 맞았다. 이렇듯 근대화 과정과 더불어 등장한 시마자키 도손의 문학은, 자연주의 문학의 선구적인 의의뿐 아니라 그러한 근대화의 부작용 양상을 그려낸 작품으로서 시대적인 가치를 지닌다.

일생의 계율을 깨뜨리는 청년 교사의 고뇌

『파계』가 당시 문단과 언론에서 주목을 받은 가장 큰 원인은 신분 차별 문제를 다룬 과감하고 참신한 소재와 그것을 다루는 방식 때문이었다. 주인공 세가와 우시마쓰는 일명 신평민(新平民)으로, 에도 시대 때부터 최하층 대접을 받으며 특별지역에 거주하던 천민 계층이자, 근대화 운동을 통해 새롭게 평민 칭호를 얻었지만 여전히 부당한 사회적 차별을 받고 있는 신분이다. ‘절대 신분을 밝히지 마라’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어린 시절부터 신분을 숨기고 자라난 덕에 사범대학에서 고등교육을 받고 학생들이 존경하는 교사가 된 후에도 우시마쓰는 자신이 여전히 그런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일반 사람과 같은 여관에 묵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고 아무리 부유하거나 똑똑해도 신분이 천하다는 이유로 무시당하는 현실을 지켜보면서 그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회의와 그것을 숨기고 사는 것에 대해 도덕적인 죄책감을 느낀다. 남몰래 연정을 품고 있는 오시호와 사범학교 시절부터 절친한 친구이자 동료 교사 긴노스케, 그리고 아버지 못지않게 자신의 인생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렌타로에게도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고백하지 못한다.
시마자키 도손은 이러한 청년다운 고뇌와 번민을 거추장스러운 수식을 걷어낸 솔직하고 가감 없는 문체로 표현했다. 거창한 사상과 주제의식을 설파하는 대신 나약하고 의지박약한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면서도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찾기 위해 버거운 현실에 맞서려 하는 주인공의 행동은 당시 젊은 독자들에게 큰 공감을 얻었다.
또한 평생 동안 자신을 지배해온 아버지의 계율을 깨뜨리고 ‘이념의 아버지’인 이노코 렌타로의 사상에 동화되어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밝히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봉건적인 가족제도에서 벗어나 개인의 자유를 추구하는 이념의 세계로 나아가는, 진정한 자아해방을 그려낸 작품이기도 하다.

< 이 책에 쏟아진 찬사 >
생명감 넘치는 작가의 인도주의적인 사랑과 사실성이 결합해 현실적이고 사회적인 문학세계를 구축해냈다. 이것은 하나의 문학 혁명이다.
_ 이토 신키치(시인)

유럽 근세 자연파의 문제적 작품이 전한 생명이, 이 작품에 이르러 비로소 일본 문단에도 대등한 발현을 보였다.
_ 시마무라 호게쓰(소설가, 평론가)

근대화 후에도 여전히 차별받는 계층의 비통함을 묘사하여 일본 군국주의와 천황제에 강경하게 다가선다.
_ 노마 히로시(소설가)

< 줄거리 >
백정 출신의 초등학교 교사 세가와 우시마쓰는 천한 신분 때문에 사회에 나가지 못하고 산속 부락에 숨어 살다시피 하는 아버지가 ‘절대 신분을 밝히지 마라’고 한 말을 줄곧 가슴에 품고 살아왔으나, 같은 백정 출신의 사상가 이노코 렌타로가 당당히 신분을 밝히고 차별의 시선에 맞서는 모습에 동경을 품게 된다. 다소 우유부단하고 온건한 성품과 주위 사람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 탓에 교사라는 사회적 입장과 시선에서 좀처럼 자유로워지지 못하던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의 죽음을 겪고서, 여태껏 계율처럼 여겨온 아버지의 말을 어기고 싶은 파계의 욕구와 두려움 사이를 오가면서 끊임없는 번뇌에 사로잡히는데……

뜬구름, 후타바테이 시메이

뜬구름


후타바테이 시메이 지음 | 이여희 옮김 | 태동출판사 | 2010년 05월 31일 출간

책소개



    후타바테이 시메이의 일본 최초 언문일치 소설 『뜬구름』. 사실주의를 일본에 처음 도입한 작가 쓰보우치와 부자관계를 맺을 만큼 절친한 사이로, 이 책은 작가가 쓰보우치에게 영향을 받아 사실주의 묘사와 언문일치의 문체로 당시 문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던 근대 리얼리즘 소설 작품이다. 직업도 사랑도 잃은 내성적인 청년의 고뇌를 문명 개화기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그려지고 있다.

    저자소개

    저자 : 후타바테이 시메이

    저자 후타바테이 시메이(二葉亭四迷, 1864년~1909년)는 일본의 소설가, 번역가. 본명은 하세가와 다쓰노스케(長谷川辰之助).
    사실주의를 일본에 처음 도입한 작가 쓰보우치와는 부자 관계를 맺을 만큼 절친한 사이였는데, 그의 권유로 「뜬구름」을 발표했다.「뜬구름」은 사실주의 묘사와 언문일치의 문체로 당시의 문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으며, 근대 리얼리즘(realism, 사실주의) 소설의 선구로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또한 대학에서 러시아 문학을 공부하고 러시아 문학에 심취하여 동시대의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을 번역, 소개하기도 했다. 특히 투르게네프의 「사냥꾼 일기」의 일부를 번역한 「밀회」는 자연 묘사의 문체로 많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그 밖의 작품으로 「그 모습(其面影)」「평범(平凡)」 등이 있다. 1909년 러시아에서 귀국하던 도중에, 벵골 만에서 객사했다.

    역자 : 이여희

    역자 이여희는 경희대학교 일어일문학과 졸업. 1998년부터 경희대 대학원에서 대우 표현에 관한 연구 시작.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뜬구름」에 나타난 대우 표현 고찰’로 석사 학위를, ‘메이지 시대의 대우 표현에 관한 고찰’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논문으로 ‘「뜬구름」과 「그 모습」에 나타난 대우 표현 고찰’, ‘후타바테이 시메이의 작품에 나타난 대우 표현 고찰’, ‘「파계」에 나타난 대우 표현 고찰’ 등이 있다. 그 밖에 펴낸 책으로는 『주말에 끝내는 일본어 첫걸음』『주말이 행복한 일본어 회화』『서바이벌 JPT 사무라이』『JPT 강의노트』『JPT 한 권으로 끝내기』 등이 있다. 현재, 경희대학교 일본어학과에서 강의하고 있다.

    목차

    글머리에

    제1편
    1. 희한한 사람들의 어설픈 거동
    2. 색다른 사랑의 첫 만남 상
    3. 색다른 사랑의 첫 만남 하
    4. 말할 수 없는 심정
    5. 오마사의 꿍꿍이속
    6. 애매한 사랑

    제2편
    7. 당고언덕의 국화꽃 구경 상
    8. 당고언덕의 국화꽃 구경 하
    9. 방황하는 마음
    10. 지는 게 이기는 것
    11. 의지할 섬
    12. 빗나간 꿈

    제3편
    13.
    14.
    15.
    16.
    17.
    18.
    19.

    옮긴이의 말

    책 속으로

    그때의 행복은 현재의 행복이 아니라, 미래에 올 행복의 그림자를 즐겼던 행복이었다. 그래서 자신이나 남들이나 모두 뭔가 부족함을 느끼면서도 억지로 그 부족함을 채우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은 부족한 게 당연하단 듯, 서두르거나 허둥대지 않으면서 시기가 무르익기를 유유히 기다렸다. 그 마음의 한가로움과 느긋함은, 지금 생각해도 구겨진 인상이 펴질 정도로 평화로운 것이었다.
    그때는 기대하지 않아도 사람들의 마음이 저절로 일치되어 같은 것을 생각하고, 같은 것을 즐겼다. 굳이 마음을 숨기려고도 하지 않았고, 또 숨기지 말아야 한... 더보기

    출판사 서평

    「뜬구름」은 언문일치(言文一致) 구어체 문장으로 쓰인 일본 최초의 소설이다.

    당시로서는 처음으로 소재를 보통의 서민들 속에서 취했고, 사실주의적 기법을 심도 있게 구사했으며, 세밀하게 인간의 심리 묘사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었다. 이 점에서 근대 일본 문학 사상 가장 가치 있는 소설로 손꼽히고 있으며, 특히 인간의 심리 묘사에 있어서는 근대 일본 문학의 최고봉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작가 후타바테이 시메이(二葉亭四迷)는 1864년 도쿄(東京)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러시아 문학을 공부하고, 러시아 문학에 심취해서 투르게네프의 작품 등을 일본에 번역 소개하기도 했다.
    그가 살았던 메이지 시대는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었다. 이 시기는 에도 막부 체제로부터 메이지(明治) 천황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통일국가가 형성되었고,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는 신분제도가 폐지됨으로써 모든 국민이 평등해졌다.
    특히 「뜬구름」을 쓴 1887년 무렵은 개량주의 서구화주의가 한창 유행이었고, 이러한 풍조는 당시 언어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한자 중심에서 탈피하고자 가나문자 운동이나 로마자 운동 등이 활발했는데, 그것이 곧 언문일치 운동으로 발전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언문일치체로 쓰인 최초의 근대 소설 「뜬구름」이 탄생한 것이다.
    「뜬구름」은 그 시대의 일본 문명의 이면(裏面), 신구사상(新舊思想)의 대립, 관존민비(官尊民卑) 등 당시의 사회적 이슈를 폭넓게 다루고 있다. 이것은 당시로서는 매우 신선한 기획이었을 뿐 아니라, 일본 문학사에도 길이 남는 귀중한 자료로 자리매김 되고 있다.

    이 소설은 직업도 사랑도 잃은 내성적인 청년의 고뇌를 문명 개화기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그렸는데, 근대 지식인의 고뇌를 밀착해서 표현했다는 점이 특히 주목을 받는다.
    유럽 문학이 유입되고, 쓰보우치 쇼요와 같은 근대 문학 초기의 작가들에 의해 겨우 휴머니티가 문학의 본질로 다가오기 시작한 시기에 「뜬구름」은 본격적으로 개인의 고뇌를 섬세하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 소설이 근대기로 바뀌는 메이지 시대 문학에 나타난 최초의 시도여서 더욱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