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21일 일요일

편안함의 배신 (1) : 편해질대로 편해진 세상에서 불편함은 늘어난 역설적인 현상이 일어난 원인은?

편안함의 배신 (1) : 편해질대로 편해진 세상에서 불편함은 늘어난 역설적인 현상이 일어난 원인은?
작가
마크 쉔, 크리스틴 로버그
출판
위즈덤하우스
발매
2014.04.17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밤에 잠자리에 들기까지 늘 우리와 함께하며 삶의 많은 분야에서 혁혁한 도움을 주는 스마트폰, 더 나아가 이제는 웨어러블 기기, 무인 자동차, 구글 글래스 같은 사물 인터넷 시대에 이르기 까지 오늘날 현대인들의 삶은 지난 10년 전보다 비교도 안될 만큼 편리함을 누리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급격한 기술 발달에도 불구하고, 과거보다 더 상황이 안 좋아진 게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정보와 관련된 부분이다. 내가 원하는 정보들을 상당히 손쉽게 접할 수 있다는 건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지만, 문제는 한꺼번에 너무 많은 정보들이 TV, 인터넷, 스마트폰 등 다양한 스크린을 통해 돌아다님에 따라 역설적으로 올바른 의사 결정을 하기가 힘들어졌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 대해선 지난번 포스팅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투자의 재구성> 등을 통해 다루어 봤었다. 

그렇다면 남은 한 가지가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이자, 소개할 책인 <편안함의 배신, 마크쉔/ 크리스틴 로버그 지음, 위즈덤 하우스> 리뷰에서 다룰 내용이다. 이 책은 최면요법을 활용한 심리의학 치료사인 저자가 그 동안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과 심리적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과의 면담을 통해 편안함과 불편함이라는 느낌이 어떤 식으로 우리 삶을 해치고 있는 지 진단하고, 그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원래는 기존에 해왔던 대로 하나의 포스팅으로 책 리뷰를 마무리하는 식으로 진행하려고 헀지만, 생각해볼만 한 내용들도 많고 정리도 A4용지 2장 이내로 하기가 쉽지도 않아서, 이 책은 1부 2부로 나누어서 포스팅을 하려고 한다. 

...

 


습관적으로 때로는 강박적으로 메일이나 카카오톡을 확인 하는 행동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가 있을까?  폭식이나 섹스 중독, 약물 중독은 병이 아니라 원시적인 본능에서 비롯된 것일까? 불면증, 불안장애, 만성질환도 그렇다고 볼 수 있을까

이 책은 이 같은 질문에서 출발한다. 예상하겠지만,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렇다"이다. 

기술의 혜택 덕분에 현대인들의 삶이 편안해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자명한 사실이다. 문제는 그와 동시에 불편함을 느끼는 정도와 횟수가 과거보다 더 증가하였다는 점이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불편함을 감내할 수 있는 내성 혹은 임계치가 현저하게 낮아지면서 조금만 불편한 상황이 와도 이를 견디고 감내하지 않고, 되려 그런 불편함을 피하기 위한 일련의 그릇된 행동으로 과식, 약물 남용, 불면증, 폐쇄 공포증 등 우리 삶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나쁜 습관들이 형성된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이야기이다.

 (정보 과잉의 문제점도 그렇고, 편안함이 가져다 주는 낮아진 불편함의 문제점도 그렇고 이쯤 되면 우리들은 과잉이 가져다 주는 역설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째서 편해질 대로 편해진 세상에서 더욱 더 불편함을 느끼고 나쁜 습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일까? 다름 아닌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아니 인류의 시초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생존본능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 생존 본능이라 함은 말 그대로 수렵, 채집생활을 할 때 외부 포식자들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기에 오히려 좋은 본능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해를 돕기 위해 머리 속 뇌가 담당하고 있는 기능에 대해 짚고 넘어가보고자 한다. 뇌에는 분석적, 연역적, 귀납적인 사고를 하여 일정 시간을 두고 판단을 내리는 대뇌와 두려움, 안전, 분노, 쾌락 등 원초적인 감정과 신체적인 반응을 즉각적으로 이끌어 내는 기능을 담당하는 변연계가 존재한다. 이 중 후자가 바로 생존본능이 거주하고 있는 영역으로서 인류가 파충류로부터 진화하던 시절에 형성된 영역이다.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들과 함께 공유하는 부분이기도 한데, 사실상 본성/본능이라 불리는 모든 반응이 바로 이 변연계에서부터 출발한다. (변연계는 다른 용어로 도마뱀의 뇌라고도 표현한다)

이러한 근본적인 욕구는 단세포 동물에서 복잡하고 정교한 생물종인 현대인으로 변해가는 동안 동일한 속도로 진화하지 못했다. 아니 어찌 보면 진화하지 못할 수 밖에 없는 듯하다. 과거 수만년 전에 비해 최근 100년 동안의 경제 및 기술 발전의 수준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폭발적인 속도를 선사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원시적인 생존 본능은 현대인들로 하여금 복잡하고 미묘한 상황이 발생할 때 그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융통성 없고 고지식한 행동을 초래하게 만든다. 

우리가 불편을 느끼면 변연계는 그것을 안전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해버리고, 결국 위험에서 달아나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극단적인 반응들을 촉발하고 만다. 변연계는 태생적으로 불편과 두려움의 다양한 수준을 적절히 가려내는 데 그다지 신통치 못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원초적인 욕망에 휘둘리다 보면 좀 더 복잡해진 사회와 문명에서 요구되는 부분과 심각한 갈등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현대사회에서 쾌락과 두려움에 대한 반응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 본문 중 – “

이게 문제였다. 과거보다 오히려 안전하고 편안한 삶을 누리고 있는데도, 이 생존본능이라는 놈은 조금만 불편하거나 두렵기만 해도 그 경중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걸 주인님의 생존에 위협하는 존재로 싸잡아 인식해 버린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감내할 수 있는 불편함의 한계선이 점차적으로 낮아짐에 따라, 별 거 아닌 일에도 민감하고 불편하게 반응하고 때로는 지나친 스트레스와 나쁜 습관, 극단적으로는 정신 장애까지 겪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생존 본능은 어떠한 메카니즘을 통해서 위와 같은 끔찍한 (?) 일들을 벌이는지, 또 어떤 요인들이 그러한 메카니즘을 증폭시키는 지, 더 나아가 이런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궁금해지는데, 다음 번 포스팅에서는 해당 내용을 다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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