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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청(淸) 나라 시대 문어체의 단편소설집으로 431편이 수록되어 있다. 작자는 <성세인연전(醒世因緣傳)>의 저자인
포송령(蒲松齡.1640∼1715)이다.
여자로
화한 여우가 사람과 사랑하는 이야기, 신선이나 이인(異人)의 이야기, 사람으로 화한 망령이나 정령 등의 이야기로서, 그 스타일은
육조(六朝)ㆍ당(唐) 시대(5∼9세기)의 신괴담(神怪譚)에 가까우나, 인물은 대체로 인간적으로 묘사되고 있으며, 특히 남녀의 애정을 다룬
작품에는 풍부한 시취가 보인다.
괴기(怪奇)를
드러내놓은 것도 있으나, 전대(前代) 작품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환상의 전개가 주목된다.
중국의
고전으로 일찍이 가까이 일본은 물론, 영국ㆍ독일ㆍ러시아에서까지 번역, 출판되어 호평을 받고, 특히 케임브리지대학의 찰즈 교수는 동양의
<아라비안나이트>라고 말하는 책이 있다. 우리는 서양의 <아라비안나이트>는 대강 이러한 책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동양의
<아라비안나이트>라고 할 수 있는 책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우리가 서양의 <아라비안나이트>를 한 마디로 쉽게
표현하자면, 괴상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데, 동양의 이러한 책으로 <요재지이>가 있다.
이
<요재지이>라는 책은 1640년에 나서 1715년에 죽은 중국사람 포송령이 지은 것이다. 작자 포송령은 산동성 사람으로, 원래는
벼슬을 하려고 마음먹고 어려서부터 과거를 준비했으나, 번번이 낙제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나이 50살이 넘도록 과거를 통한 출세를
단념하지 않았는데, 그의 아내는,
“이제
그만두세요. 만약 당신에게 그러한 운명이 허용되었다면, 지금쯤은 벌써 대신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지금같이 시골에 살고 있어도 자유를 즐기는
재미는 있는 것입니다. 구태여 과거를 보느라고 고생할 것이 없습니다.” 라고
충고했다고 한다. 이것으로 미루어 그가 얼마나 과거에 열중했는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아무리 고심을 했어도 과거에 번번이 떨어지게 된 것이 원인이 되어 동양의 <아라비안나이트>가 저술되었다. 작자는 과거에 급제하지
못하게 된 울분을 글로 써 보려는 동기에서 시작해서 후일에 유명하게 된 <요재지이>를 남기게 되었다.
<요재지이>라는
책 이름은 작자의 서재의 이름이 ‘요재(聊齋)’라는 데서, 즉 작자의 서재에서 쓴 이상한 이야기들이라는 뜻이다. 이 책은 이상한 내용을 줄거리로
하는 단편소설들인데, 작자가 29세 때부터 쓰기 시작해서 죽을 때까지 40여 년 동안에 쓴 것이 450편 가량이 된다. 이 같이 많은 단편들은
작자가 보고 들은 사실을 줄거리로 한 간단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이 조그만 사실에다 작자의 상상력을 분방하게 구사해서 때로는 우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때로는 무섭기도 하고, 세상 되어가는 꼴들을 비꼰 풍자적인 내용들이다.
이렇게
세상의 아니꼬운 것을 꼬집는 데 있어서도 직접적인 수법을 쓰기보다 간접적인 수법이 많았던 것은, 당시의 관권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려 한
때문으로 판단된다. 또한 이 <요재지이> 하면 얼른 귀신을 연상하리만큼 도깨비가 많이 나오는데, 여우가 아름다운 여자로 둔갑을 하고
나와서 글공부하는 남자와 연애를 하는 대목도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은 위로는 왕으로부터 아래로는 거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계급이 망라됨과
동시에, 인간이 아닌 괴물로도 요사스럽고 아름다운 여자로 나타나는 여우귀신에서 선녀에 이르기까지 많은 유령들이 서로 얽힌다.
요재지이(聊齋志異)를 소재로 한 중국영화의 한 장면
단편소설이라고만
하기에는 너무나 소재가 알찬 이 <요재지이>는 450편 또는 445편이 정확하다는 설도 있지만, 어쨌든 매일 아침이면 차를 끓여서
넣은 단지와 담배 한 봉지를 준비해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큰길가에 자리를 잡고, 지나가는 사람 가운데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만한 사람을
골라서 말을 하게하고, 그 말이 자기가 소설로 꾸밀 만한 내용이면 준비해 놓았던 차와 담배를 대접하고, 집에 가서 곧 글을 썼다고 한다.
<요재지이>에는
보고 들은 이야기를 소재로 한 것뿐만 아니라, <사기(史記)>와 그 밖의 책의 내용을 소설로 꾸민 것도 많은데, 그때나 지금이나
건전한 내용도 작자에 따라 그것을 비꼬아 우스운 내용으로 만들어 진다.
그
대표적인 예로서 <책 미치광이>라는 것을 소개해 보겠다. 이 이야기는 중국의 고전인 <권학편(勸學篇)>을 통해서 당시의
과거제도를 풍자한 것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날(郎)이라고 하는 사람이다.
낭(郎)의
아버지는 강소성의 지사를 지냈는데, 근실한 관리로서 봉급을 받는 대로 책만 사들여서 집안에 책만 가득했다. 아들에게 아무런 유산도 남기지 못하고
죽었기 때문에 이야기의 주인공인 낭(郎)의 대에 와서는 매우 가난하게 살았다. 그는 집에 남은 재산이라고는 책밖에 없었는데, 책은 한 권도
팔려하지 않았다. 그는 아버지가 남긴 많은 책 가운데서도 특별히 <권학편(勸學篇)>을 중히 여겼다.
그런데
그가 <권학편>을 중히 여긴 것은 그것을 읽고 학문을 터득하려는 것보다 ‘책 속에 참된 돈이나 쌀이 있다.’고 하는
<권학편> 가운데 있는 글귀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밤이나 낮이나 열심히 책을 읽느라고 더위나 추위도 잊었다, 어느덧 나이
20살이 넘었으나 결혼할 생각도 하지 않았던 것은 <권학편> 속에서 미인이 나온다는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손님이나 친척을 만나도
인사하는 것도 잊고 큰 소리로 책을 읽고 있어, 보는 사람들이 오히려 민망할 정도였다. 보통시험에는 여러 번 일등으로 급제했으나 그 위의 큰
과거에서는 낙제였다.
어느
날, 책을 읽고 있을 때 갑자기 큰 바람이 불어 책이 날아갔다. 놀라서 쫓아가다가 발이 흙구덩이 속에 빠졌다. 자세히 보니 그 구덩이 속에는
쌀이 저장되었던 곳인데, 쌀은 모두 썩어서 먹을 수가 없이 되어 있었다. 이것을 본 그는 <권학편>에 있는, 책 속에 쌀이 있다는
것을 더욱 굳게 믿게 되었다, 어느덧 그는 나이 30살이 넘었다. 사람들이 결혼 이야기를 할라치면 책 속에 참으로 구슬같이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미인이 있으니, 아내가 없어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대답을 했다. 그로부터 2, 3년을 더 공부했으나, 과거는 여전히 실패했다.
이때
마침 하늘의 직녀(織女)가 도망쳤다는 말이 떠돌았는데, 사람들은 그에게 농을 했다.
“이
사람아, 직녀가 도망쳤다는데, 아마 자네에게 올 걸세.”
그러고
나서 얼마 있다가 어느 날 밤 <한서(漢書)>의 8권 가운데쯤 읽고 있을 때 책갈피에 미인이 그려져 있는 비단 쪽지를 보았다. 실로
허황된 이야기 같으나, 그는 깜짝 놀라면서,
“책
속에 구슬과 같이 아름다운 미인이 있다더니 그것이 바로 이것을 의미하는 것이로군.”
하고
중얼거렸다. 그는 그 미인을 뚫어지게 보았더니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더 주의 깊게 보았더니 점점 커지면서 웃음을 지었다. 그는 곧
무릎을 꿇고,
“어느
거룩한 신(神)이십니까?”
하고
물었더니, 미인은 웃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구슬과 같다는 여옥(如玉)이라는 이름의 여자입니다. 제가 한 번 당신을 찾아오지 않으면, 옛 사람들의 말이 거짓이라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에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그는
그날 밤부터 그 여자와 같이 살았다. 그러나 그는 육체관계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는 여자와 술도 먹고 장기도 두느라고 공부하는 것을 잠시
잊었다. 그는 부부가 같이 살면서 어린아이가 없는 것이 웬일이냐고 아내에게 물었다. 아내는 아이를 낳기 위해서는 또 새로운 공부가 필요하다고
가르친다. 마침내 그들은 육체관계를 가져 사이에서 아이를 낳게 되었다. 얼마 후 여자는 모든 책을 내버리지 않으면 그를 버리고 다른 곳으로
가겠다고 하니, 그는 눈물을 지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책들이 당신의 고향입니다. 그리고 나의 생명입니다. 왜 그런 소리를 합니까?”
이러한
일을 관(官)에서 알게 되어 그는 관(官)에 잡혀갔다가 간신히 풀려나와서 시험에 합격하였다.
대강
이러한 줄거리인데, 작자는 이 작품 끝에 약간의 설명을 붙였다. 그의 설명을 보면 관(官)에서 책 속의 미인을 잡아오라고 낭(郎)을 잡아가두고
고문을 했으나 응하지 않게 되자 책을 모두 불태워 버리게 되는 장면에 악센트를 두고,
“책으로
공부하는 것은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진시황과 같이 책을 불사르는 학정은 참혹한 일이다.”
이렇게
말한 것으로 보아, 이 작품은 책을 학대하는 무지와 과거제도의 폐를 비꼰 것임에 틀림없다. 이 <요재지이>는 작자가 죽은 지 51년이
지난 1766년에 조하촌(趙荷村)이, 다른 네 사람의 협력을 얻어 출판했는데, 당시의 원본이 모두 16권이어서 지금까지 그것만 전해 왔는데, 그
후 하남성(河南省)에서 18권의 원본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18권 원본은 청조(淸朝)를 비판하는 글이 많이 들어있어서 그때에는 널리
전해지기 어려웠던 것으로 짐작된다.
중국 드라마 '화피’는
요재지이(聊齋志異)속 이야기 ‘화피-사람 가죽 탈편’을 원작으로 인간과 요괴의 비극적인 사랑 을 그리고
있다
이
책은 중국 청(淸)나라 문인 포송령(蒲松齡)의 문어체 괴이소설집으로, 사본으로 읽혀져 내려왔는데 1766년 최초의 간본인 청가정본(靑柯亭本)이
간행되었다. 445편을 수록한 이 판본 계통의 16권본이 여러 판본 가운데에서도 가장 많이 유포되었는데, 지금은 500편 이상을 수록한
회교회주회평본(會校會注會評本)이 가장 좋은 판본이다. 집필 기간은 오랜 세월이 걸렸고 서문을 직접 쓴 1679년 이후의 작품도 있다.
전편
모두 신선ㆍ여우ㆍ귀신(유령)ㆍ도깨비, 괴이한 사람이나 사건 등에 관한 이야기로 대부분이 민간에 떠도는 이야기에서 제재를 얻은 것이다. 그
중에서도 현세와 명계(冥界)가 접촉한 이야기와 여우 이야기가 다른 것보다 훨씬 많다. 또한 요괴와 인간이 정을 나누는 것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정담(情談)이 많다. 암여우와 여자유령이 한 청년을 둘러싸고 경쟁하다가 마지막에 세 사람이 모두 이세(二世)에 걸친 인연을 맺는 이야기
<연향(蓮香)>,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고 인간에게 위안을 주는 현명한 암여우 이야기 <영녕>, 모란과 인동(忍冬)의
아름다운 꽃의 요정에게 무한한 애정을 쏟는 사나이의 이야기 <향옥(香玉)> 등은 그 대표적 작품이다.
이들
주요 편은 당(唐)나라 때의 전기(傳奇)와 명(明)나라 때의 <전등신화(剪燈新話)> 계통에 속하지만 민간의 이야기 등을 그대로
채록하지 않고 특이한 이야기를 그려내려는 분명한 창작의욕을 가지고 집필한 것이다. 그 결과 기묘한 구성을 가지고 있으며 문헌상에 쓰인 용어를
효과적으로 구사한 독자적이고 간결한 표현으로 섬세하게 묘사하였고 순서도 정연하다. 거기에는 괴물 세계와 인간 세계의 교착이 아름답게 전개되고
에로티시즘의 매력도 더해져서 현실을 묘사한 소설에서는 맛볼 수 없는 인간의 진실함과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그리하여 중국 괴이문학(怪異文學)
가운데 최고의 걸작으로 꼽힌다. 중국에서 '설요재'라는 말은 괴이담을 이야기한다는 뜻이다.
이
책은 저자 포송령(蒲松齡.1640∼1715) 이 죽은 지 51년 만인 1766년 간행되었다. 그 후로 여러 가지 간본(刊本)이 나왔으나,
445편이 수록된 청가정각본(靑柯亭刻本) 계통의 16권본이 가장 널리 유포되어 있다. 오랜 기간에 걸쳐 집필한 것이며, 자서(自序)를 쓴
1679년 이후의 작품도 있다. 이 해에는 주요작품이 거의 완성되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요재지이(聊齋志異)를 소재로 한 중국영화의 한 장면
한마디로
이 작품집은 여우ㆍ귀신ㆍ도깨비 등을 등장시켜 인간사회를 묘사했고, 저승세계를 현실생활과 잘 융합시켜 기괴하고 황당무계한 이야기 가운데 인생철학을
담았다. 어떤 편에서는 청대 사회의 어둡고 부패한 면을 폭로하고, 인간의 불굴의 정신을 묘사했으며, 과거제도의 병폐를 규탄하기도 했다. 또한
결혼과 연애에 관한 이야기가 여러 편에 수록되어 있는데, 여기에는 전통의 굴레를 타파하려는 청춘남녀의 희망이 반영되어 있다. 이외에도 세태를
풍자하거나 우정을 찬미하는 글들도 있다.
문체는
전기(傳奇) 및 지괴소설(志怪小說)의 특징을 섞어 썼으며, 대부분의 편 끝에 평을 달아 그 취지를 명백히 밝혔다. 30여 종의 언어로
번역ㆍ출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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