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 정신이 녹아든 풍류와 참신한 인문의 흔적들이 생생한 그림으로 재현되는 듯 가까이 눈앞에 다가온다. 수면의 낙화인 듯도 싶고, 때로는 나부껴 춤추는 비단결인 것도 같아 감흥의 여지가 한도 없다.
이렇듯 삶의 고뇌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리고 또 얼마나 여유롭고 고귀한 것인가. 속마음까지도 물씬 스며드는 서정적 향취에서 도저히 벗어나지를 못하겠다. 번뜩이는 행위적 지혜와 태연한 삶의 능청들이 행간의 문자향으로 감돌아 오래도록 주변을 맴돈다.
허균이 책의 서언에서 적기로는 “기러기나 봉황이 멀리 날 듯매미가 허물을 벗듯 초연히 어지러운 세상을 벗어난 옛날의 어진 이와 나를 비견해 보니 그들의 지혜와 나의 어리석음의 차이가 어찌 하늘과 땅의 차이에 그치겠는가. (…) 그리하여 마침내 이 네 사람의 책에서 뽑은 것을 합하고 그 사이에 내가 보고 기록한 바를 덧붙여 (…) 모두 열편으로 한정록이라 이름하였는데 이는 내 스스로를 반성하려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현실의 각박한 세정을 헤쳐가는 요즘의 세대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현란하게 빛나는 고전인 까닭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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